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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rose for Emily

Hello, stranger

 

 

 

 

# 1. <어머니를 떠나기에 좋은 나이>

 

-안전하고 반듯하고 항상 의무와 책임을 다하고

있어야 할 자리에 놓여 있고, 원칙대호 사는 것만이 인생이라고

세뇌시킨 어머니를 완전하게 배반할 수 있다면,

오로지 세 변과 세 각이 똑같은 정삼각형만이 인생이고

나머지는 다 죄악이라고 강박관념을 심어준 어머니를

내 안에서 온전하게 버릴 수만 있다면

러브리스 섹스가 무슨 대수겠는가

 

-팍팍했던 청춘이 나를 떠나가면서 마지막으로 던져주고 간 선물은

운명적 사랑이라고 이름 붙일 만큼 거창한 남녀의 만남은

아예 존재하지 않거나 운명적 사랑 자체가 그렇게 대단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깨달음이었다.

 

-자기를 불안히게 만드는 것에 최대한 가가이 다가가서,

그렇지만 이만하면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거리만큼은 멀어지려 하면서,

그것을 자꾸 들여다보게 되는 마음의 흉터 같은 것을

아마 누구나 하나쯤은 갖고 있을 것이다.

 

 

이수경의 단편집 <어머니를 떠나기에 좋은 나이>는

한 편도 빼먹고 싶지 않을만큼 한 편 한 편이 참 좋았다.

 

 

#2. <Moonlight>

 

 

 

 

 

- 사람이 서로를 감싼 채 어둠 속에 웅크려 앉은 모습을 보여준 후

'문라이트'는 오래 전 과거로 돌아가서 마침표를 찍는다.

거기선 아홉살 어린 샤이론이 달빛에 젖은 채 등을 보이고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영화는 그 순간 카메라를 들어 샤이론 위에 떠 있는 달을 담지 않는다.

희망이라는 것을 그렇게 만만히 쥐어주는 건 거짓 위안이라고 설명하듯,

달빛만이 푸르스름하게 프레임 안에 퍼져 있을 뿐 정작 달은 영화 밖에 있다.

우리는 그 빛이 어디서 오는지 짐작만 할 뿐 눈으로 정확히 짚어낼 순 없다.

그러나 그 말을 뒤집으면, 명확히 짚어낼 순 없어도 어쨌든 그 빛이 소년을 푸르게 적시고 있다.

...이동진의 <언제나 영화처럼>에서 긁어왔음.

 

 

내내 가슴이 먹먹했던 영화,

그럼에도 달빛처럼 내려앉는 위로의 순간을 주었던 영화

<Moonlight> 덕분에

나의 5월은 충분히 고요했다.

당분간 어떤 영화도 안보고 싶다.

내 안에서 그것의 여운만으로 충만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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