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고 싶은 과거가 없는 사람은
지금 행복한 것이라했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행복해야 한다.
어쨌든
돌아가고 싶은 어느 시점이 없는 것은 참 다행이다.
다행이다, 참 다행이다.
결코 기쁨이 되지 못했던 만남이나 관계조차도
이미 나의 것이 되었기에 그 어떤 것에 대해서도
'없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대신,
'생각해도 소용없는 일은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는 조제의 말을 흉내내어 볼 뿐이다.
일전에 재형이가 알바를 했던 커피숍에 같이 들렀다.
인도어로 '보리수'라는 뜻의 <피팔라> 커피숍은 사실은 사주카페이다.
"겨울 속의 태양"
나의 사주를 한 마디로 표현한 말이라했지만
그게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묻지는 않았다.
대부분의 점괘가 그러하듯
이현령비현령의 두루뭉실한 표현은 생각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좋은 팔자일수도, 지지리도 복도 없는 팔자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사주보다 인상이 훨씬 좋으니, 걱정할 것 없다는 후덕한 인상의 여사장의 말은 정.처.없.는. 나의 눈빛을 알아채린 자의 끼워팔기 덕담냄새가 폴폴났다. A4용지 앞뒤 빽빽히 적은 나의 운명를 설명한 후 묻고 싶은 것이 있으면 물어보라고 그녀는 말했지만 알고 모름이 내 마음의 서성임을 과연 해결할 수 있을까, 부질없고 부질없을 뿐. 고치고 싶은 과거가 없듯이 고쳐질 수 있는 게 아직은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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