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
고향 골목을 걷다가
백여리로 이사를 떠난 요셉이네
반 쯤 허물어진 담장
남아도는 생명 어찌할 줄 모르고
시멘트 벽을 움켜쥐고 있는
능소화 푸른 정맥,
한 가지 꺾어 와
꽃병에 담았다
국민학교 1학년 때
그 아이 결석한 어느 날
선생님 심부름으로 사립문 뒤에서
부르던 이름,
달랑거리는 문패되어
함박 피어난 홍조
세탁기 속에서 방금 주은
축축한 지폐처럼
향긋하고 꼬깃한
그의 기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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