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딩에서도 콘셉트를 강화하기 위해선 배제가 필수다.
극단적인 배제의 예를 하나 소개한다.
영국 사람들이 사랑하는 '마마이트(Marmite)라는 뉴질랜드산 스프레드가 있다.
토스트나 비스캣에 발라 먹는 이 괴이한 잼 같은 것은
맛도 냄새도 지독하다고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해외여행에 고추장을 싸가듯이 영국 사람들 중엔
마마이트를 챙겨가는 사람도 많다.
어렸을 때부터 먹어오지 않으면 적응하기가 쉽지 않은 맛인데
좋아하는 사람은 아주 좋아하고 싫어하는 사람은 도저히 견녀낼 수 없다고 한다.
마마이트 본사는 이것을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게 만드는 것에는
추호도 관심이 없다.
마마이트의 슬로건은 '좋아하거나 싫어하거나(You either love it or hate.)이다.
...
전지전능하지 않은 우리는 필연적으로 무언가를 배제할 수밖에 없다.
배제해야 집중할 수 있고, 집중해야 비로소 어떤 색깔이 생기기 시작한다.
만둣국도 하고 아구찜도 하는 집보다는 만둣국만 하는 집이나 아구찜만 하는 집이 더 맛있는 법이다.
자, 이리저리 벌여놓은 것들 중에 무엇을 선택해서 집중할 지 고민해보자.
다시 말해 무엇을 배제할 것인가를 말이다.
- 김하나, <내가 정말 좋아하는 농담>, '커플을 받지 않는 게스트하우스' 중에서 -
함박눈이 첫사랑 소녀같이 내리고 있다.
나의 첫사랑은 모호했기에
사실은 그 느낌을 확실히 알지는 못하지만,
엊그제 <굿바이, 나의 첫사랑>이라는 소제목이 붙은 '응팔'에서
정팔이가 덕선이에게 이렇게 말했었다.
'나 정말 좋아서 돌아버리는 줄 알았었어.'
<흐르는 강물처럼>을 다시 봤다.
학생회 설교를 준비하면서 참고할 부분이 있어서였다.
오랫만에 방과후 수업이 없는 날이고, 아무도 없고, 눈까지 내리니 더할 나위없이 좋았다.
젊은 브래드 피트의 미소는 황홀했고, 한 가족의 굴곡진 생애를 묘사하는 담담함은 장엄했다.
영화를 다 본 다음
설교제목을 <좋아하거나, 싫어하거나>로 잡아보았다.
'배제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얘기할 것 같다.
결국은 진리의 배타성에 대해 말하려하는 것이지만.
"절반으로 줄여"
"다시 반으로 줄여"
"잘했어, 이제 버려"
노만의 글쓰기를 교정해주는 목사의 말이다.
글 잘쓰는 광고쟁이 김하나도, 로버트 레드포드도
줄여가기, 빼내기, 배제하기의 미덕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고,
나 역시 폭풍공감이다.
하지만, 영화 <내부자들>에서 백윤식이가 한 말이 더 진리같으니
나는 순전 후루꾸, 야매 신자임에 틀림없다.
"욕망을 하나씩 하나씩 없애가면 그만큼씩 차츰 행복해질거라는 생각은 대단한 개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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