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오후의 처마에>
첫눈 오는 날의 이별은
초경 같아서
몇일만 모로 누워자면
혈흔조차 장미꽃잎 물든 자국이 되리
2교시가 끝나기 전에
교실 옆 개복숭아나무 가지 위, 소북하던 문
금세 흔적 없고
땡큐나 쏘리를 반복한 수업의 끝은
혀끝이 알록달록 아리다네
내 그리움은
그대의 강 언저리에도 닿지 못하였으므로
봄날 자지러지던 불임의 개복숭아나무처럼
이젠 그만 꽃잎을 따 내어도 좋으리
그러니
누가 누굴 기억하겠다는 인사대신
한철 뒤꿈치를 들고 같이 걸었던
어둡고 습한 복도의 끝
그 방에 마지막으로 앉아
암컷도 수컷도 아닌
누이처럼
달랑이는 단추를 고쳐주고 싶네
내가 묻힌 보풀을 흔적없이 떼 내어주고 싶다네
깊고도 정한 햇빛
더 이상 볼 수 없는 네 오후의 처마에
등불처럼 봉지 봉지 달아주고 싶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