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알렉산더만 아니라면 디오게네스가 되고 싶다"
세상의 부와 권력을 거머쥐었던 알렉산더 대왕이 한 말이라고 한다.
디오게네스는 진정한 개새끼였다고 한다.
일정한 거처없이 통 속에서 살며 주인 잃은 개처럼 남의 것을 얻어먹으며 살았고
아고라 광장에서 모든 이가 보는 앞에서 자위를 서슴지 않았고
인간혐오증에 가까운 고약한 유머로 사람들의 악을 올리는 재미로 살았지만
쓸데없는 욕심을 버리고 자연에 적합한 것만 위하면 인간은 얼마든지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믿었던
누구보다도 행복하고 만족한 삶을 살았던 개같은 인간이었다.
디오게네스의 철학을 흔히 견유주의(犬儒主義)라 부른다.
글자 안에 들어 있는 '개'라는 말은 디오게네스 본인이 자기를 그렇게 부른데서 비롯된 것이다.
왜 자기를 '개'라고 부르느냐는 질문에
'내게 뭔가를 주는 자에게는 꼬리를 치고 반기고
아무 것도 주지 않는 자에게는 시끄럽게 짖어대고
내게 나쁜 짓을 하는 자는 물어버리기 때문이지' 라고 대답했다한다.
알렉산더가 부러워할 만한 진정한 개새끼, 디오게네스가
나도 많이 부럽다.
책을 읽으면서 오랫만에 펑펑 울어봤다.
신경숙의 <리진>.
일주일에 걸쳐 읽은 두 권으로 이루어진 장편소설 <리진>의 마지막 장면을
퇴근 후 옷도 제대로 안 벗은 상태에서 소파에 거꾸로 앉아서 읽으면서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흘렸다.
오래도록 물을 주지 않아 시들어가는 겨울 화분처럼
정리되지 않는 생각들이 머릿 속에 뿌연 더께를 만들고 있음에도
침엽수림의 바늘잎처럼 살갗을 간헐적으로 찔러대고 있음에도
잠시,
디오게네스의 통 속에 발이라도 집어넣은 기분이었다.
'너는 내가 무섭지 않느냐?'라는 알렉산더 대왕의 호통에
귀 먹은 채 할 수 있는 겨울 저녁이었으므로.
'A rose for Emily'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 어떤 레시피보다도 (0) | 2015.02.14 |
---|---|
자비에 돌란 (0) | 2015.02.10 |
온새미로 (0) | 2015.01.30 |
초록색 잉크로 (0) | 2015.01.16 |
reminder (0) | 2015.01.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