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 윌리엄스의 유작 <블러바드>를 봤다.
어느 날 밤 운전을 하다가
낯선 도로(boulevard)에 들어선다.
그 날부터 지루하고 평범하던 그의 삶은
비밀이 가득한 새로운 삶이 된다.
인생의 마지막 여정,
영화 속 남자, 놀란의 선택뿐만 아니라
영화 밖 남자, 로빈윌리엄스의 시종일관 쓸쓸했던 모습에서
나의 마음을 거둘 수가 없었다.
'폭우 후 물살이 사납게 불어난 강물에 빠졌다.
다행히 통나무가 떠내려 와서 붙잡고 머리를 물 밖으로 내놓고
숨을 쉬며 목숨을 부지한다......
물살이 잔잔한 곳에 이르자 헤엄치려 하는데
한쪽 팔을 뻗는 동안 다른 쪽 팔이 거대한 통나무를 붙잡고 있다.
한때 생명을 구한 그 통나무가 이제는 원하는 곳으로 가는 것을 방해한다.
강가의 사람들은 통나무를 놓으라고 소리치지만 그럴 수 없다.
거기까지 헤엄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정희진처럼 읽기>에서 따왔다.
동료 한 사람이 무언가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내게 조언을 구하면서 말했다.
'샘은 가장 세속적이면서도, 동시에 가장 성령충만한 사람 같아요.'
칭찬이에요, 욕이에요? 라고 되물으면서도
낭창낭창한 나의 페르소나를 알아봐주는 듯해서
내심 짜릿했다.
그런데, 그 낭창거림에,
그 지나친 탄력에 내 모가지가 걸릴 줄이야.
켁켁켁켁.
가장 '나 스럽다'고 깝신대던 그게
알고보니 바로, 그 통나무였다.
그것은
낯선 샛길로 들어서던 고요하면서도 단호하던
놀란의 선택에 고요한 박수를 보내면서도
그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던 까닭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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