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 rose for Emily

비극이라는 방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정치적 명운이 걸린

이른바 '사법리스크' 사건의 첫 결론이 오늘 나온다.

벌금 100만 원 이상 유죄가 최종 확정될 경우

공직선거법과 국회법에 따라 이 대표는 국회의원직을 잃고,

5년간 선거권·피선거권이 제한돼 2027년 대선에도 출마할 수 없다고 한다.

윤석렬이 일파를 지지할 수는 없는 일이고

어쨌든, 내가 지지하는 정치세력의 한 정치인의 운명이 걸린 날이다.

 

아침에 뉴스를 보면서 남편과 베팅을 걸었다.

"5만원빵 합시다. 나는 100만원 이상에 걸게. 당신은 이하에 걸어."

 

인간 될 확률 몇 억분의 일이라는 점에서 정자(精子)와 공통점을 가진다는 

정치인에게 진실과 양심을 기대하기란 애당초 과욕임을 알지만

모든 선택, 특히나 정치적 성향은 개인적이고 편파적이다.

최선이 없다면 차선이라도 택해야 되는 것 아니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100만원 이하의 선고를 소망하면서 반대쪽에 베팅을 거는 것은

이를테면 공부 욕심이 과한 년이 시험을 치를 때마다

끝종이 나자마자 

'망했어, 망했어, 이번 시험 완존 망했어.'하는 쇼와 비슷하다.

 

일종의 자기방어이다.

불안을 이겨내기 위해 든 불안이라는 방패다.

큰 기대로 인해 겪게 될 큰 실망이라는 대미지를 최소화하기 위한

범퍼이고 예방주사이다.

그러지 않기를 바라는 소망이 크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인생은 고해(苦海)다,라는 말이나

삶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했다던

찰리 채플린의 말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희극적인 삶에 대한 기대로 방방 뛰지 말라는 백신이다.

그 백신 덕분에 실망의 규모가 축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내가 지면, 더 좋고

내가 이기면 5만 원이라도 버는 것이고....

아, 안 벌고 싶다. 

5만원 잃고 싶다.

 

 

 

 

 

'A rose for Emil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아시스  (1) 2024.11.17
권태로운 즐거움  (1) 2024.11.16
나에겐 하이브리드가 있다.  (1) 2024.11.14
놀라워라,  (0) 2024.11.13
시절 인연  (1) 2024.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