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걸린 우리 엄마
막내 오빠 집으로 들어가신 후
동산촌 엄마 집엔
백구 혼자 집을 지킨다
어쩌다 한 번 들러 수북이 부어 놓고 간
사료를 먹고
토방 끝에 앉아 우리 백구
종일 하는 일이라고는
대문 쪽을 바라보며 기다리는 일
녹슨 빨랫줄에 빨래집게 서너 개
바람결에 빙그르르 소리를 내거나
감꽃 툭툭 떨어질 때면
잠 뜻처럼 컹컹 서너 번 짖어대다가
이내 대문간을 바라본다
가만히 놔두면
세상의 모든 생채기들
언젠가는 가라앉지
결국에는 뭉툭해지지
내 짧은 방문이
백구의 외로움을 뾰족하게 하는 일이 될까 봐
나는 오늘도 저릿하게 망설인다
갈까, 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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