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해 보일까 봐서요'의 의미는
다음 둘 중 어느 것일까
1. I want to look kind.
2. I'm afraid I look kind.
그 때는 1번이라고 생각했었지만 다시 보니 2번 같다.
명확하지는 않지만.
영화가 처음 개봉된 2005년의 나는, 2019년의 나보다
훨씬 착하고 친절하고 단순했었는지
그 때는 영화를 본 후, 사실 박찬욱에 대한 오해로 짜증이 짜장이었었다.
눈 뜨고 볼 수 없는 잔인한 복수,
교과서적이라고들 극찬하는 내 취향이 아닌 미장센,
천근만근의 주제에 덕지덕지한 희극적 요소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이금자가 눈두덩이에 빨갛게 새도우를 칠하고 다니는 이유가
친절해 보이기 위함인지,
otherwise, 친절해 보일까봐서인지 확실하게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두번 째 본 <친절한 금자씨>는 훨씬 내게 말랑하게, 만만하게 다가왔다.
휘둘리지 않을 자신이 있어서 작심하고 봤지만
약오르게도 다른 방식으로 휘둘리게 되었다.
다시 보니 금자에게서 <밀양>의 전도연이 보였다.
아들을 잃은 고통과 슬픔을 신앙으로 간신히 추스린 여자,
자신의 아들을 죽인 범인을 용서하러 교도소로 찾아간 여자에게
평안이 넘치는 얼굴로 범인은 말한다. 자신은 이미 용서를 받았다고, 주님이 이미 용서해 주셨다고.
기가 막힌다. '나는 아직 용서 안 했는데, 그것 내 몫인데...'
당사자는 빼고 지들끼리...?
과해 보이는 복장으로
과해 보여 오히려 장난같아 보이는 절차들을 통해
눈으로 견뎌내기 힘든 복수를 낱낱이 수.행.함으로써
이 세상에서는
신이 대신해 줄 수 없는 슬픔의 극복법도 있다는 것을,
구원이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금자씨는 친절하게 보여준다.
자신의 집 앞 마당에서 얼굴만 겨우 보이는 거울을 놓고서
자신의 손으로 앞 머리를 자르는 <밀양>의 엔딩과 닿아 있다.
유비쿼터스 하나님이 오죽 알아서 하시겠지만
서툰 인간이 투박하게 처리해야 할 일들도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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