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뭘 먹고 싶고 갖고 싶으면 어떻게 하는 줄 아십니까?
목구멍이 미어지도록 처넣어 다시는 그놈의 생각이 안나도록 해버려요.
그러면 말만 들어도 구역질이 나는 겁니다.
이 이야기면 설명이 되겠군.
어렸을 때 말입니다. 나는 체리에 미쳐 있었어요.
하지만 돈이 있어야지요.
돈이 없어서 한꺼번에 많이는 살 수 없고, 조금 사서 먹으면 점 점 더 먹고 싶어지고 그러는 거예요.
밤이고 낮이고 나는 체리 생각만 했지요.
입에 군침이 도는 게, 아, 미치겠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화가 났습니다.
창피해서 그랬는지도 모르지요.
어쨌든 나는 체리가 날 데리고 논다는 생각이 들어 속이 상했어요.
그래서 어떻게 한 줄 아시오?
나는 밤중에 일어나 아버지 주머니를 뒤졌지요. 은화가 한 닢 있습디다. 꼬불쳤지요.
다음 날 아침 나는 일찍 일어나 시장으로 달려가 버찌 한 소쿠리를 샀지요.
도랑에 숨어 먹기 시작했습니다. 넘어 올 때까지 처넣었어요.
배가 아파 오고 구역질이 났어요.
그렇습니다, 두목, 나는 몽땅 토했어요.
그리고 그날부터 나는 버찌를 먹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습니다.
보기만 해도 견딜 수 없었어요.
나는 구원을 받은 겁니다. 언제 어디서 체리를 보건 내겐 할 말이 있습니다.
이제 너하고는 별 볼일이 없구나 하고요.』
- 니코스카찬차키스 <그리스인 조르바> 283쪽 -
소설 속의 인물들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인물이 누구냐고 물으면
나는 서슴없이 '조르바'라고 말할것이다.
나뿐만이 아니고,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친 존재로
그를 꼽곤한다.
대학교 1학년 때 처음 읽고,
'원시의 대지로 부터 탯줄이 끊어지지 않은 자, 조르바'에 매료되어
그 이후에도 생각날 때마다 다시 읽곤하는 책이다.
독수리같은 원시적 생명력과
야생마같은 호쾌한 기인의 모습의 조르바,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다보면
모호하기 그지없는 '아름다운 삶'에 대한 정의가
점점 뚜렷하게 모양새를 갖추게 될 것이다.
테니슨의 시 <율리시스>의 한 구절이 생각난다.
- Drink life to the lees
'삶의 한 방울까지도 마셔버려라'
그가 그러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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