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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rose for Emily

Adios, 2014~!

 

 

 

 

 

1. 불행도 행복했다.

 

 

40여년 동안 근무했던 김준순 행정실장님 퇴임식이 있었다.

중학교 때부터 급사 일을 겸하여 발을 들여놓았다하니

그야말로 '뼈를 묻은 것'이다.

 

교무실과 행정실의 생태적 '적대적 관계'를 염두에 두셨는지

'자신으로 인해 혹시 마음 상하는 일 있었다면 다 잊어주시고'

좋았던 기억만 간직해 달라는, '상투적인 말'을 하시며 하염없이 우셨다.

 

2014년이 끝나고 있다.

타블로가 한 방송의 프로그램 마지막 분을 촬용하며

했던 말이 떠오른다. '불행도 행복했습니다'

 

다시 말 붙일 수 없는 시간들에게, 돌아올 수 없는 날들에게

불행도 행복했다고,  아픈 말들은 잊어달라고,

나도 그 흔한 말을 다시 하는 밤이다.

 

 

 

 

 

 

2. 쫄아 쫄아

 

 

'전라도 냥반이오?'

'오홋, 티난다요?

최대한 촌티를 안내기위해 입을 다물고 있었지만 두 마디 내 말을 들은 택시기사의 말이다.

 

촌년 빠짝 얼어서 오늘 떠듬떠듬 혼자 서울에 갔다왔다.

역에서 내려 지하철로 두 정거장만 가면 된다는 사전 정보도 무시하고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택시를 탔다. 내겐 지하철도, 버스도 두렵기만 한 것들.

서울에 갈 일도 별로 없었고, 그 분주한 분위기가 마뜩치 않아

내 생애를 통틀어 상경의 경험이라곤 손가락에 꼽을 정도이니 안 쫄 수가 없었다.

 

나를 너무 힘들게 하는 알러지.

참 우울하고 절망스러운 날들. 동료가 소개해 준 병원을 찾아, 오늘 갔다 온 것이다.

오후 시간에 겨우 진료예약을 해놓고 시간이 남아 택시 타고 가서 본 영화는 쫌 눈물이 났다. 

서울스타일인지 의사의 목소리는 너무 작아, 나는 금세 일용이엄니가 되어, '예?, 예?'를 반복해야했다.

밤이 되어 집에 도착하니 삼박사일은 걸린 느낌이었다.

아, 서울.. 맵고 지려~!!!

 

나을랑가말랑가

하나님은 내게서 모든 여성스러움을 앗아가실 작정인가봉가

 

 

 

 

 

 

 

3. 새 해에는

 

 

 

민들레처럼

백일홍처럼

활짝

웃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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