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떠요, 호나우딩요
'호나우딩요'는 현주샘의 별명이다.
튀어나온 앞니 때문이다.
네살 연상이지만 절친으로 지내 온 현주샘은 참 재미난 사람이다.
그녀만큼 맛깔나게 Y담을 풀어내는 사람도 드물다.
염치가 뜯어지게 좋아 주변에 항상 사람이 많다.
그리고 다정한 사람이다.
하지만 내게 그녀는 때로 얄미운 존재이기도 했다.
항상 옆에서 누군가가 마음을 챙겨줘야하는 사람.
데려와야하고 또 데려다줘야하는 사람.
귀찮았다.
그럼에도 항상 내가 졌.다.
그녀가 훨씬 사랑스러웠다. 나보다 스물 세 배는 나았다.
방학 속으로 숨어서 칩거에 들어간 내게 먼저 전화를 거는 사람도,
"자기는 나 안 보고잡냐?" 버럭 소리를 지르는 사람도,
고구마 한 봉다리 달랑거리고 찾아오는 사람도
항상 내가 아닌, 나이 많은 그녀였다.
누군가를 항상 필요로 하는 여자, 그리고 그 연약함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여자,
넘치게 손이 따뜻한 만큼 따뜻한 손을 항상 필요로하는 여자
오현주쌤.
그 현주쌤이
어제, 일곱시간에 걸쳐서 폐이식 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기적같은 일이라한다.
전북대병원, 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으로 옮기며
난생 처음 들어보는 병의 이름을 알아내고,
결국 폐이식만이 유일한 희망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우리들은 '시간을 정해놓고 같이 기도하는 일' 외엔 속수무책이었었다.
회복까지는 많은 시간과 인내가 필요할게다.
어쩌면 같은 세상에 좀 더 머물게 하여주심,
그것만으로도 기쁜 일이 될지도 모르겠다.
기나긴 밤의 한 허리를 베어내어 춘풍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넣어두었다가
그리운 님 오시는 날 펼쳐내고 싶다던 동짓날이다.
밤은 길기만하고 낮은 금방 끝나는 우리 삶의 한 모퉁이를
같이 돌았던 사람.
'나는 가만히 앉아있으면 왜 자꾸 자기가 생각나냐?'
꼬맹맹이 소리로 항상, 먼저 내게 말을 걸던 그.녀.
힘내요.
나의 호나우딩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