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사진
봉황집에서 늦게까지 마신 어젯밤의 술 냄새가 아직도 좁은 방 안에 감 냄새로 남아있다.
일요일에 교복을 입으라는 성화에 철웅이는 느시렁 구시렁 바지를 꿰고 있다.
단추가 두 개나 없는 돕바를 흔들며 이걸 어떻게 입냐고 볼멘 명선이에게 엄마는
장롱을 뒤져 낡은 외투의 단추를 옮겨 달아주셨다.
알록달록 사탕같은 단추가 여럿 달린 외투가 되었다.
새벽같이 갔다 온 이도 미장원 미스 킴의 과한 후카시로
정수리 근방의 머리가 둥근 버섯처럼 부풀어 오른 엄마는
마지막 얼굴 손질을 위해 비사표 성냥 한 알을 꺼냈다.
후욱, 불어 끈 성냥알을 식힌 후 눈썹을 그었다. 그야말로 화룡점정이다.
다섯 식구를 끌다시피하여 겨우
삼거리 화신약방 옆 '문화 사진관'에 도착했다.
'막둥이는 엄마가 안으시는 게 좋을 것 같고요.
큰 아들, 딸이 뒤로 서고요. 자 찍습니다.'
'잠깐요. 윤경이 아부지 나 좀 봐봐요.
코털이 그렇게 십리나 빠져나왔구먼.'
'아얏! 이런 지랄을 허고 자빠졌네.
무슨 상놈의 사진을 찍는다고 난리여.'
엄마는 아버지의 코털을 손으로 잡아 뽑았고
눈물이 쏙 빠질 만큼의 갑작스러운 통증에
아버지는 술도 덜 깬 눈을 부라리며 씅질을 내고 일어섰다.
그렇게 겨우 겨우 가족사진을 찍은
오래 전의 한 겨울날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남은 유일한 한 장의 가족사진은
당신의 유골함 옆에 장식으로 남게 되었다.
우리 시아버지 정극태님께서 돌아가신 지 딱 삼 주가 지났다.
오늘은 방학하는 날,
우리 아버님 생전에 가끔 대작하셨던 쐬주 한 병 사 가지고 가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