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ose for Emily

가장 적절함

Tigerlily 2014. 12. 19. 17:35

 

 

 

<바간의 꿈>이라는 책을 사서 읽어보고 싶다.

소설가 서정인님이 혼자서 다녀왔던 미얀마 여행 경험을 소설로 풀어낸 책이라고 한다.

오늘 신문에 나왔다.

 

 

 

서정인은 필명이고 본명은 서정택이다.

눈에 선하다. 소탈함 속에 기품이 있었던 듯하다.

그 분의 명성을 알게 된 것은 대학을 졸업할 무렵이었기에

지금도 가끔, '알아보지 못하고 함부로 지나친 시간'들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그 분과는 개인적인 독특한 에피소드가 있다.

2학년 말에 <문학개론>수업을 재미나게 들었다.

문제는 두 번째 만남 3학년 1학기 <신화와 문학>이었던 것 같다.

기말고사 점수에 자존심이 상했다.

 

-제 점수가 마음에 안들어서요. 90점 이상으로 올려주세요.

선풍기가 달달거리는 연구실에서 교수님은 하얀색 반팔 난닝구 바람이었고

이전 학기 수업에 98, 98을 때렸던 나의 이름을 기억하시며, 당돌한 요구의 이유를 물으셨다.

현실적인 이유 이를테면, 장학금이나 취업 등이 이유라면 생각해보시겠다고 하셨다.

-전혀요. 공부를 안하긴 했지만, 그런 점수를 견디기가 힘드네요.

-그래? 그럼 그냥 견디는게 가장 적절할 것 같네.

 

 

 

 

 

 

 

 

신문에 올라 온 사진을 보니 여전할 것 같은,

나를 찬찬히 바라보던 안경 너머의 그 날의 따뜻한 냉소가 떠오른다.

 

 

"누구도 빼앗아가지 못한 천혜의 햇볕이 미얀마 사람들의 의젓함의 바탕인 것 같았다"

여행의 끝에 그 분이 하신 말씀이라고 한다.

 

 

 

어떻게 하면 내가 의젓해질 수 있느냐고,

오늘, 또 연구실 문을 밀치고 들어가서 두번째 질문을 한다면

그분은 은밀히 미얀마의 햇볕을 한 봉다리 꺼내주실까,

아니면 그 옛날의 대답을 동일하게 하실까.

 

 

 

"그럼 그냥 견디는게 가장 적절할 것 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