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ose for Emily
눈 가리고 아웅
Tigerlily
2020. 4. 8. 12:28
흉흉한 세상 속에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화사했던 벚꽃이
벌.써. 지고 있다.
잠 들기 전, 앞 베란다로 나와 고요히 떠 있는 보름달을 잠시 바라보며
금세 지고 변하고 이울어질 것들,
벚꽃이나 보름달, 그리고 그리움...
그런 생명이 짧은 것들의 아름다움이 있는 이 세상에
잠시 머물 수 있음이 벅찬 황홀임을 생각했다.
<낙화유수>
네가 죽어도 나는 죽지 않으리라 우리의 옛 맹세를
저버리지만 그때는 진실했으니, 쓰면 뱉고 달면 삼키는 거지
꽃이 피는 날엔 목련꽃 담 밑에서 서성이고, 꽃이 질 땐 붉은
꽃나무 우거진 그늘로 옮겨가지 거기에서 나는 너의 애절을 통한할 뿐
나는 새로운 사랑의 가지에서 잠시 머물 뿐이니 이 잔인에 대해서
나는 아무 죄 없으니 마음이 일어나고 사라지는 걸, 배고파서 먹었으니
어쩔수 없었으니, 남아일언이라도 나는 말과 행동이 다르니 단지,
변치 말자던 약속에는 절절했으니 나는 새로운 욕망에 사로잡힌 거지
운명이라고 해도 잡놈이라고 해도 나는, 지금, 순간 속에 있네
그대의 장구한 약속도 벌써 나는 잊었다네 그러나 모든 꽃들이
시든다고 해도 모든 진리가 인생의 덧없음을 속삭인다 해도
나는 말하고 싶네,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절없이, 어찌할 수 없이
..함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