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ose for Emily

못들은 체 안하시고

Tigerlily 2014. 11. 15. 01:06

 

 

 

 

콩나물 밥에

깨소금과 참기름, 마늘과 잔파를 듬뿍 넣은 양념장을 만들어

따로 밥 그릇을 챙길것도 없이 그냥 양푼 하나에 쓱쓱 비며

엄마와 둘이서 밤참을 먹었다.

 

 

혼자 사시는 엄마가 편찮으셔서 

잠시 우리집으로 와 계신 지 이틀째.

 

막내딸 나와 밤참을 먹으며, 엄마는

엄마의 아버지, 목수일을 하셨다던 나의 외할아버지의 늦은 밤참 이야기를 해주셨다.

 

 

 

 

 * 내 발 & 엄마 발

 

                                                     

 

 

궁핍했던 그 시절,

대충 끼니를 때우고 이른 잠 속에 빠져 있노라면,

일을 하고 늦게 들어오신 엄마의 아버지는

아랫목에서 꺼낸 흰쌀 고봉밥 호호 불며 드시다가

잠에서 깨어, 깬 체도 못하고, 먹고 싶어 잠들지도 못하고

이불 속에서 뽀시락 뽀시락 소리만 내고 있는 어린 나의 엄마에게,

 

-점례야, 점례야, 어서 일어나서 한 숟가락 먹고 자라

 

 

엄마의 새엄마는 눈을 흘겼지만

어떻게 들었는지, 이불 속의 조바심을 못들은 체 안하시고

점례야~ 불러주시던 아버지가 참 좋았다고,

정말 고마웠다고 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