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ose for Emily

유혈사태

Tigerlily 2018. 7. 20. 09:48



'강이 지면을 따라 흘러가는 것도

자전거라는 것도

하늘이 이렇게 넓다는 것도 처음 알았어'


<시간을 달리는 소녀>에서 미래에서 온 소년 치아키가

마코토에게 털어놓는 과거로 돌아와서 본 풍경에 대한 소감이다.


미래에는 지면을 따라 흐르는 평화로운 강물도

따르릉 자전거도

무엇보다도 그 이쁜 하늘도 없다니...


온통 황금빛으로 치장하고 미움도 다툼도 없다는 천국이 별로 안 끌리듯

이렇게 입맛 땡기지 않는 미래라니.










연일 땡볕으로 헉헉대며 겨우 겨우 살고 있지만


뭉실뭉실 하얀 구름이 탐스러운 높은 하늘,

해질녁 쓰리빠 끌며 산책하는 우리집 옆 삼천천,

밤 8시에야 가까스로 얼굴을 숙여주는 선녀의 월경같은 석양,

낮게 선회하는 고추잠자리의 무리,

내가 좋아하는 여름의 풍경이다.


방학이 코 앞이다.

이번 방학에는 특별히 혼자하는 해외여행을 계획했었다.

은밀한 얘기지만,

폐경, 아니 완경기념으로 남편으로부터 받은 금일봉을 홀로여행에 쓰기로 계획했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문의하여 가장 적절한 나라와 시기까지 정하고

여행사에 전화할 찰나,


베려버렸다.


한 달 쉬었던 생리가 다시 시작되어 청바지를 갈아 입을 정도가 되었으니,

아뿔사, 이런 불행한 유혈사태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