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ose for Emily

She sometimes nods

Tigerlily 2018. 6. 19. 12:24




Even Homer sometimes nods.

호머도 졸 때가 있다,라는 속담은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는 우리나라 속담과 통하지만



이 속담을 볼 때마다

졸고 있는 호머가 떠올라 내심 친밀감이 느껴진다.

아킬레우스의 건장한 다리를 묘사하다가도

오디세우스가 칼립소에게 홀려 7년을 섬에 묶여 지내는 장면을 묘사하다가도 

섬따임즈 꾸벅꾸벅 졸았을 그를 생각하니

정이 스멀스멀 솟는다.



내가 받은 축복 중의 하나는

어디서나 마음만 먹으면 잘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중 백미는 고속버스 안에서이다.

고개를 좌우로 떨어뜨려가면서 조는 달콤함이란...

요즘 버스 의자는 졸다가 고개가 옆으로 떨어지는 것을 방지해주는

'쪽팔림방지턱'으로 디자인 되어있어서 그들의 세심함과 배려깊음에 감복할 정도이다.

물론 학교에서도 빈 시간 중 한 시간만큼은 기꺼이 '조는 일'에 양보한다.

들릴락말락할 정도의 헤드폰 음악소리가 백색소음으로 나의 낮잠의 OST가 되어주는 상태에서

 책상에 엎드려 한 숨 자고 나면 음... 좋다, 달다.








낮잠용 쿠션을 하나 샀다.

감촉이 이루말할 수 없다. 낮잠을 부르는 촉감이다.

최근에 

낮잠을 자는 포즈를 좀 바꾸었다.

엎드리지 않고 이제 의자에 등을 기대고 'Hug me'라고 애원하는

이 신상 핑크색 쿠션을 안은 채 허리를 직립하여 낮잠을 잔다.

유튜브에 접속하여 폴킴의 노래 20곡 연속 듣기를 켜 놓은 채

낮잠을 즐기다보면 가끔 고개가 옆으로 툭 떨어져서 화들짝 놀라기도 하지만

허리 건강에도 좋고, 미관상으로도 좋아 뉴 포즈에 아주 만족스럽다.


인디언들은 유월을

옥수수 수염이 나는 달,

황소가 짝짓기 하는 달,

말없이 거미를 바라보는 달,이라고 했다고 한다.



비가 내리는 유월이다.

이런 날에는 말없이 창 밖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가득찬다.

오늘의 낮잠시간에는 오디세우스가 그랬을 것처럼

싸이렌의 유혹의 노랫소리에 판단력이 마비되어 정처없이 끌려들어갔을

그 지점에 발을 들여놓고 싶다.

졸다보면 혹시 그럴 수 있을지도...


I sometimes doze like Ho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