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ose for Emily

It's Sunny

Tigerlily 2018. 6. 12. 10:29





전도연 주연의 영화 <무뢰한>에 대한 영화평론가 이동진의 한줄 영화평은

'전도연이다, 전도연이다, 전도연이다'였다.


나도 역시 후속편을 기다리는 배우나 작가, 영화감독들이 있다.

한때는 홍상수의 영화를 기다렸었고 요즘은 고레에다 히로카즈나 신카이 마코토의 영화를 기다린다.

한때는 이윤기와 김애란의 신간을 기다렸었고 요즘은 필립 로스의 소설을 기다린다.(그는 애석하게도 얼마전에 죽었다)




"루쉰이 그렇게 말했어'

언제가 JTBC 뉴스룸에서 손석희 앵커가 인용하면서 유명해진 말이다.

앵커는

중국의 작가 위화의 작품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간다>에 담긴 에피소드를 소개했었다.


그는 어릴 적

친구와 사소한 말다툼을 하다가

"루쉰이 그렇게 말했어"라면서 루쉰의 말을 인용함으로써 친구를 설득시켰다고 했다.

중국인들에게 루쉰이란 그런 존재였다는 것이다.

훗날 JTBC도 그와 같은 존재가 되기를 바란다는 소망을 담은 표현이었다.









교직에 몸을 담은 지 30년이 된 해란다.

엊그제 감사패와 금일봉을 받았다.

내 마음이 여전히 30대 초반 무렵의 철딱서니 없는 상태이듯

30년이라는 세월의 두께 역시 실감되지 않는다.

왜 교사가 되었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호기스럽게도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게 참 매력적인 일 같아서요'라고 말하곤 했지만

돌아보건대 참 겁 없고, 철 없는 말이었던 것 같다.

대신 내가 조금 변화되었다고 할까.


사람에 대해 견뎌주는 힘이 조금 생겼다고나 할까.




이동진이 전도연 이름 하나로 그 영화를 신뢰했듯,

한 때 홍상수 이름만 듣고도 개봉날 첫 영화를 보러 가는 설레임을 가졌듯

그리고 루쉰이 그렇게 말했어, 라는 말로 확신을 주었듯,



'선희샘이 담임이라고?' 라는 질문이 함박 웃음을 동반하는 질문이길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