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ose for Emily

널 떠나는 날, 사실 난

Tigerlily 2014. 10. 25. 12:37

 

 

 

- 거기를 혼자 간거니? 멋있다.

- 개뿔. 그냥 할 일 없어서 낯선 길 걷는거다. 

 

 

이제는 낯설지 않은 산사,

마곡사의 숨어있는 산책길들을 뒤적거려 걸으면서

가능한 한 '생각'들로부터 멀어지려 했다.

 

 

그 온도와 밝음을 적어두고 싶을만치

햇살은 아늑했고, 공기는 친절했고, 적요는 달콤했다.

 

 

밤 늦게, 멋진 청년 곽진언이 불러준 '소격동'은

그의 노랫말처럼 '한 숨도 못 자고 싶은'

노래였다.

 

 

 

 

 

 

 

   

    나 그대와 둘이 걷던 그 좁은 골목계단을 홀로 걸어요
    그 옛날의 짙은 향기가 내 옆을 스치죠

    널 떠나는 날 사실 난..

    등 밑 처마 고드름과 참새소리 예쁜 이 마을에 살 거예요
    소격동을 기억하나요 지금도 그대로 있죠


    아주 늦은 밤 하얀 눈이 왔었죠
    소복이 쌓이니 내 맘도 설렜죠
    나는 그날 밤 단 한숨도 못 잤죠
    잠들면 안돼요
    눈을 뜨면 사라지죠

    어느 날 갑자기 그 많던 냇물이 말라갔죠
    내 어린 마음도 그 시냇물처럼 그렇게 말랐겠죠

    너의 모든걸 두 눈에 담고 있었죠
    소소한 하루가 넉넉했던 날
    그러던 어느 날 세상이 뒤집혔죠 다들 꼭 잡아요
    잠깐 사이에 사라지죠

    잊고 싶진 않아요 하지만 나에겐
    사진 한 장도 남아있지가 않죠
    그저 되뇌면서 되뇌면서
    나 그저 애를 쓸 뿐이죠

   

     ..소격동, 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