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ose for Emily

아듀, 2017

Tigerlily 2017. 12. 29. 10:15

 

 

 

파스타 국수를 삶는 동안

한 손에는 와인을 들고

해질 무렵 베란다에서 책장을 넘기며 읽는 책을

'파스타 책'이라고 한단다.

작정하고 읽는 책이 아니라, 가볍게 머리를 식히며 읽는 책을 이르는 듯 하다.

 

 

2017년 한 해,

사서 읽었던 책들을 쌓아보았다.

주문하는 즐거움,

사랑하는 이의 편지를 기다리듯 배달되어 올 때까지의 설레임,

야금야금 핥듯이 읽어 내려가는 동안의 쾌락.



 

 




2017년 한 해, 가장 행복했던 일이 무엇이었느냐고 묻는다면

뚜렷이 생각나는 사건은 없다.

 

 

단지,

 

비로소 

거울 속의 나 자신을 고요한 마음으로, 

얼굴 붉히지 않고 바라 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

 

 

그리고

타스타 면이 삶아지는 사이,

그 사이를 못 참고 한 손에 들고 읽고 싶은 책들이 여전히 많았다는 것.

 

 

 

안녕,

나의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