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행복인줄 착각하게 만드는 요소
그리스 신화에서 최초의 인간 여자는 판도라이다.
pan(모든 것) + ora(선물) 이 합해진 단어이니,
자고로 여자란 존재는 '모든 것을 선물로 받은 자'이다.
하지만
최최의 여자, 판도라는 신으로부터 불을 훔쳐간 인간에 대한
신의 진노의 결과로서, 처벌의 한 방편으로 만들어진 존재이다.
제우스로부터 불씨를 훔쳐감으로써 신 못지 않은 우월한 존재로서의 삶을 인간에게
선사한 프로메테우스를 징벌하기 위해
제우스는 메이저급 신 12명에게
'인간이 자폭당하면서도 그것이 행복인줄 착각하게 만드는' 요소를 하나씩 내놓으라고 한다.
엉덩이가 예쁜 신 아프로디테는, 달콤한 교태와 애잔한 그리움을
꾀돌이 헤르메스는, 권모술수와 거짓말의 기술을,
지혜의 신 아테나는, 온갖 옷과 장신구를 만드는 비밀을,
아폴론은, 달콤한 노래로 사람의 애간장을 녹이는 재주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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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12신으로부터 받은 독특한 선물을 수합하여 창조된 존재가
바로 판도라이다.
그래서 은유적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판도라의 상자'라는 말은
한번 뚜껑을 열면 돌이킬 수 없는 복잡한 상황'을 이르는 말이 되었다.
'너는 복이 참 많은 것 같아'
'큰 복은 없는데 짜잘한 복은 참 많은 것 같아. 이를테면 주차복이라든지. 꼭 내 차 주차할 곳은 있거덩'
'사람들은 너를 참 좋아하는 것 같아서 하는 말이야'
'긍가봉가?'
오랫만에 만난 주혜년이 사죄하듯, 속죄하듯 내게 쏟아 준 찬사를 들으며
판도라가 생각났다.
내 안의 판도라의 기질 중에서 어떤 것이 작동하여 그런 말을 듣는 걸까.
아프로티테가 준 선물 덕일까? 헤르메스가 준 선물 덕일까?
어쨌든, 잊지 말지니
그녀가 받은 어떤 선물도 결국은 선물이 아니라
인간이 자폭당하면서도 그것이 행복인줄 착각하게 만드는 저주였다하니,
오오,
내 귀구멍에 캔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