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gerlily 2017. 9. 13. 14:51

 

 

 

노총각의 마른 코에 스치는 처녀의 분곽 냄새처럼

분꽃 향기가 자지러지는 가을이다.

 

동산촌 엄마집, 똥개 백구는 요즘 개호강중이다.

백구팔자 활짝 피었다.

 

 

주인 할매도 집에 계시고

가끔 막내 고모인 내가 가서

개줄까지 풀어주며 만나고 싶은 개년 다 만나고 오라고

연애휴가까지 주고

거기에 특별식 참치까지 가끔 까주니

화양연화가 따로 없다.

 

 

무엇보다도

백구네 집 바로 앞 평상 옆에 분꽃이 무더기로 피어있어서

숨막힐 듯한 향기를 밤낮으로 흠향하고 계시니.

 

 

 

 

 

 

분꽃에 대한 나의 기억은 특별하다.

시집 오기전까지 그 분꽃 무더기는 화장실 옆에 한 없이 소담하게 피어 있었다.

 

 

변비가 심했던 중학생 무렵

나는 새벽녁이면 자주 일어나 대문 옆에 있는 재래식 화장실,

칙간에 쭈그리고 앉아 힘을 주곤 했는데

그런 밤에는 

언제 깼는지 우리 엄마가 화장실 앞 화단에 같이 쭈그리고 앉아 계시곤 했다.

 

 

 

보름달은 대낮같이 둥그렇게 떠 있고

나는 밤그림자가 무서워

화단 끝에 앉아있는 엄마에게 계속해서 말을 걸고, 

달빛 아래 마당 가득 그윽하게 달큰한 분꽃 향은

쉬임없이 우리에게 말을 걸던 

그 시절의 초가을밤.

 

 

딱 그 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