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ose for Emily

내내 어여쁘소서

Tigerlily 2017. 7. 4. 09:52

 

 

 

 #1. 나를 제일 좋아하나보다

 

 

올해 들어서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급격하게 달라지신 엄마는

요즘엔 익산 큰오빠 댁에 주로 계신다.

금요일 퇴근길에 익산에 가서 엄마를 엄마집으로 모셔오고

주일 오후 예배 끝나고 다시 익산으로 모셔다 드리는 일은 나의 업무이다.

 

모든 일에 '싣들 난' 우리 큰 올케 손에서 엄마는 잘 건사되어서

만날 때마다 뿌옇게 피어나는 큰애기가 되어가고 있다.

문제는 개다.

엄마집에 묶여 있는 우리 바둑이다. 이름도 제대로 못 갖춘 우리 바둑이.

그래서 요즘 나는 개밥 주러 다니는 여자가 되었다.

 

골목길로 들어가는 나의 차 소리만 듣고도 자지러지기 시작한다.

사료를 주고, 물을 새로 갈아주고 개줄을 풀어주고 잠시 마루에 앉아 있다가 온다.

개줄을 풀어줘도 마당을 한 바퀴 돌아온 후 내 곁에만 앉아서 어찌할 바를 모른다.

끊임없이 만져달라고, 만져달라고, 만져달라고 애원을 한다.

나는 안쓰럽고 미안하고 이뻐서

쓰다듬어주고, 쓰다듬어주고, 또 쓰다듬어준다.

 

 

 

 

 

 

 

#2. 자 그러면 내내 어여쁘소서

 

 

 

 

 

 

이상의 <이런 시>의 일부다.

 

하도

하도

마음에 들어서 오늘은 시험감독을 하면서

이 시를 외워봐야겠다.

 

 

그리고 나도 이상처럼

누군가가 내내 어여쁘기를 하도, 하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