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갓을 좋아한다,
진한 향 때문에 어렸을 적에는 입에도 안 대던 먹거리다.
언제부턴가 상추쌈을 먹을 때 몇 개씩 넣어서 먹던 게
그 향과 약간의 쌉쓰름한 맛에 매료되어
지금은 상추 없이 쑥갓 만을 쌈으로 먹기도 한다.
참 매력적인 채소이다.
오른팔에 골프엘보우가 생기면서
가능한한 왼팔에, 오른팔의 업무를 넘기다보니까
요즘은 왼팔이 고생이 많다.
하지만 어쩌면 그렇게도 왼팔, 너는, 그렇게도 둔하냐.
글씨를 쓸 줄 아나, 헤어 드라이기를 사용할 줄을 아나,
물 한 잔도 야무지게 못 든다.
그야말로, clumsy 자체다.
일찌감치 훈련을 시켰어야했다.
양손잡이 연습, 맹훈련을 시켰어야 했다.
sub가 없는 것들은 단조롭고 무기력하다.
sub plot 없이 main plot 하나로 이어지는 스토리란 얼마나 지루한가. 무모하기까지 하다.
경숙이가 쏘맥을 같이 못 마셔주는 날에는
천하에 재미없는 주혜년이라도 앉혀놓고 마실 일이다.
때로 잘 키운 sub는 대타로 나와서 만루홈런 날리고 들어가는, 이대호다.
재미도 참말로 가지가지여야한다.
가장 좋아하는 일, 그 다음 좋아하는 일, 그럭저럭 괜찮은 일, 그나마 괜찮은 일...
sub pleasure가 많을수록 행복할 수 있다.
풍요롭고 차진 삶이 가능하다. 푸른 잎사귀가 많은 달린 나무와도 같다.
나의 가장 익사이팅한 쾌락, 책 읽기가 심드렁해지면
독립 영화관으로 슬리퍼 끌고 어슬렁거리며 가면 되고
그마저도 별로면
오로라 스튜디오에 가서 피콕블루 물감, 붓에 묻혀 아이유를 그리면 되고
그것마저 심드렁한 날에도
옷가게 자작나무에 가서 서너벌 옷을 사와서 입어보다가
소파에서 잠을 자면 된다, 기아타이거즈 야구를 틀어놓고, 비몽사몽간에 보면서~
그나저나 옛날 사진 폴더를 열어보다가
다시 머리를 길러보기로 마음 먹었다.
단발머리는 이제 그만.
무엇보다도 아침마다 지독한 나의 곱슬머리를 펴대다가는
완전 내 오른팔 아작날 것 같기 때문이다.
오, 나의 sub 헤어 스따~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