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ose for Emily

또, 또, 또 그 다음 해에도....

Tigerlily 2017. 6. 5. 11:45

 

 

 

 

엄마의 기억이 그나마 아직은 남아 있을 때,

아직은 걸을 수 있을 정도의 다리 힘이 남아 있을 때,

여자 셋만의 여행을 떠나보자하여, 갔던 일박이일은 행복한 시간이었다.

 

 

 

 

 

 

 

 

 

경증치매을 앓고 계시는 여든여섯살 우리 옴마,

정년을 일 년 앞두고 있는 오팔년 개띠 우리 언니,

영원한 따까리 막내, 나

 

 

주도면밀한 여정의 계획도 없고

딱히 유명짜한 명소를 들른 것도 아니었지만

 

 

컵으로 파는 오디를 나눠먹고

새끼 단풍나무 푸른 숲에 앉아 참외를 깎아 먹고

바닷가 정자에 앉아 <섬집 아기>를 같이 부르고

뜨끈한 목욕탕 물에 같이 때를 불리고

엄마의 18번 섬마을 선생님이랑 동백아가씨도 같이 부르고.

 

 

내년에도, 그 다음 해에도, 또 그 다음 해에도, 또 또 그 다음 해에도

찔레꽃이 담을 넘는 이즈음 초여름에

또, 또 가자고 셋이 약속을 했다.

 

 

또,

또,

또, 또, 또, 또..

가고 싶다.

열아홉살 섬색시처럼

서울엘랑 가지말라고,

어디에도 가시지말라고 울옴마에게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