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ose for Emily

peacock blue

Tigerlily 2017. 6. 1. 14:00

 

 

푸른색을 좋아한다.

 

 

깊고, 강력하지만, 평화롭다.

재미없는 오래된 친구처럼,

그럼에도 삐져나오는 도발을 눅진하게 쉽게 드러내지 않는

덤덤하면서도 담담한 색깔이다.

 

 

그럼에도 내가 아는 푸른색의 스펙트럼이래봤자,

코발트블루나 인디고 정도였다.

 

 

 

 

 

 

 

지난 2월부터 화실에 다니며 그림을 배우고 있다.

지난 주부터 물감사용에 들어가면서 나의 젊은 그림선생님은

팔레트에 물감을 종류대로 짠 후, 이름을 적으라고 했다.

비리디안 휴, 피콕 블루, 새루리안 블루, 코발트 블루, 프러시안 블루, 울트라 마린, 인디고, 퍼머넌트 바이올렛..

녹색이나 연두는 빼고라도

푸른색이라 불리우는 색깔이 이렇게 다양한 줄은 몰랐다.

 

그것 조금 배웠다고

비로소

자꾸 눈에, 귀에 보이고 들린다.

 

소설을 읽다가도 발견했다.

"내가 도화지에 그렸던 그림들은 대부분 청색 계열의 색상들로 이뤄져 있었다.

프러시안 블루와 스모크 블루, 딥스카이 블루와 로열 블루 등 파랗게 그지없는 내 그림들을 놓고

미술 학원 선생님은 내 어머니에게 자녀분의 개성이 매우 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아이유의 노래를 듣다가도 깜짝 놀랬다.

"흐린 날이면
거짓말처럼 무섭게 깜깜했지
새침데기 태양은 뜨겁기는커녕
Peacoke blue blue blue
Whatever
매일매일
제멋대로인 바람결을 땋아서 만든
이 나침반이 가리킨 그곳에서 발견
Oh That's you you yes you ~~"

 

 

 

껍대기를 들추어내면 비로소 뽀얗게 고개를 내밀던 초봄의 싱그랍던 쑥처럼

세상은 내가 모르는 것으로,

남실남실 덮여 있는 게 수두룩하다는 게 씬난다.

 

 

 

그건 그렇고,

아이유의 4집 앨범 <팔레트>에서

트랙 9번의 '그렇게 사랑은'이 제일 마음에 든다.

요즘은 운전할 때면 항상 듣는다.

쫌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