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gerlily
2014. 10. 1. 23:30
<기억>
오늘은 엄마 때문에 많이 울었어
깻잎처럼 얇은 몸을 꼭 껴안고 같이 울었어
밟을수록 뻣뻣이 고개를 쳐드는
죽지 않는 시간의 기억을 어쩌지 못하고
말없는 화분에게 물을 주거나
낡은 운동화를 꺼내 솔질을 하고 있는데
말 수 적은 팔순 넘은 우리 엄마
전화너머로 아이처럼 울먹였지
'막내야
내가 미쳤는갑다
나 세 살 때 죽은 우리 엄마가 보고 잡어 죽겄다
이 나이에 내가 왜 이런다냐
사진쪼가리 한 장 없어야
한번만 엄마 얼굴 보면 살 것 같은디
멧동이라도 어디 있는지 알먼 한나절 둔너 있고 싶은디
막내야
너는 엄마 있응게 좋겄다'
참외 몇 알과 자반고등어 급히 봉투에 챙겨 동산촌으로
뉘엿뉘엿 달려갔어
냉이꽃처럼 시든 가슴팍에 18k 쓰브다이아
'내가 미쳤는갑다, 내가 미쳤어
아니야, 엄마
엄마보고 싶으면 나한테 어리광해
나한테 다해'
나는 가라로라도 우리 엄마의 엄마가 되고 싶어졌다
참말로 되고 싶어졌다
깻잎같은 엄마의 몸뚱아리를 껴안으며
기억의 쪼가리라도 잡고 싶은 엄마에게 그 기억이 되고 싶었다
죽지않는 기억이 뻐시기만 한 이 여름 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