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봐야 또 예쁠텐데
# 1. 한 살 쯤 더 먹으면 어때
일어나지도 않을 일 때문에
미쳐 버릴 수도 있는 게 인간이라고 한다.
몇 가지 자잘자잘한 일들이 꼬이고 꼬이며
아랏, 나는 불행의 아이콘인가, 라는 엄살에 이르렀던 지난 몇 달이었다.
호의적이지도, 신사적이지도 않은 외부의 것들을 대하며
강하지 못한 내 자신에게 토라져 좀 지치게 되었다.
새해다.
어떻에 살 것인가, 보다
이렇게 살아 온 나 자신을, 내 삶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더 생각이 깊어진다.
괜찮다고 말하면 자조이고
지나치게 생각이 많아지면 신파다.
그냥,
새해에는
나의 웃음이 더 이뻤으면 좋겠다.
# 2. Lavor Day 그리고 유승민
새해 처음 사는 책은 조이스 메이너드의 <레이버 데이>가 될 것 같다.
'이혼한 엄마와 13살 아들, 그리고 탈옥범' 이라는 제목으로 신문에 소개된
책의 줄거리를 읽으면서 바로 사서 읽고 싶어졌다.
'살인 혐의로 최고 20년이라는 중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던 프랭크의 출현은
저수지의 고인 물처럼 가라앉아 부식해 가던 모자의 삶에 낯선 활기를 선사한다.
"모험을 위해 어딘가 갈 필요가 없었다. 모험이 우리에게로 다가왔다."
작가가 <호밀밭의 파숫꾼>의 작가 샐린저와
30년이 넘는 나이차를 극복하고 연인 관계였다는 점도 흥미롭다.
책 소개를 읽다가 어젯밤 나의 꿈이 생각났다.
꿈 속에서 유승민이,
전혀 지지하지도 않는 합죽이 정치인 유승민이,
나의 애인이었다.
그런데 꿈 속에서 그렇게 설렐 수가 없었다.
행복했다.
그야말로 황당무계한 개꿈이다.
나의 무의식에는 아마도 어쩔 수없이
낯선 활기를 고대하는 불온의 피가 흐르나보다.
어쨌든 내일은 그 책을 주문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