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ose for Emily

노랑 나비

Tigerlily 2016. 12. 5. 13:11

 

 

여친이 생겼다, 고 연락이 왔다.

 

 

남다른 성적 취향을 가졌나,

사람들과의 관계맺음에 문제가 있나,

매력이 그렇게도 없나,

대학 졸업반이 될 때까지 모쏠로 있는 큰 아들 홍균이의 연애는 

취업이나 진로보다 더 우리의 커다란 관심거리이자 근심거리였다.

 

 

전화를 통해, 포항에 있는 홍균이가 우리에게 준 정보란 딱 두 가지.

시작한지 아직 얼마되지 않았다는 것, 네 살 어리다는 것.

 

 

 

소식을 듣자마자

나와 남편은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채로 앉아

두 눈을 빤짝 빤짝 대며 쫑알대기 시작했다.

 

 

- 손은 잡았을까? 잡았겠지. 뽀뽀도 했을까?

- 했겠지. 그러니까 '사귄다'고 했겠지. 

- 이쁠까? 이쁠거야, 갸가 쫌 외모를 좀 보잖아. 키 작으면 어쩌지?  유전자 희석 필요한디.

- 착하면 돼. 믿음 좋고 착한 여자 친구 생기게 해달라고 기도했거든.

- 왜 기도를 그렇게 소심하게 하냐, 이왕이면 좀 쓰시라고 하지.

- 내 카드 맘껏 쓰라고 했어. 아끼지 말고 맛있는 거 많이 사주라고 했어.

- 내 차 가져가라고 해야겠다. 차 안에서 뽀뽀도 하고 이것 저것하려면 필요할 것 같아.

다정하게 하라고 신신당부했어. 여자들은 그런 남자들 좋아해.

- 걱정말아, 우리 홍균이 거시기 겁나 크니까 걱정 안해도 돼.

- 으이고, 진짜 못산다.

- 근데, 이름이라도 알려달라고 졸라봐. 얼릉 문자해봐. 성이라도. 고향은 어디래. 진짜 궁금해서 죽겄다. 얼른.

 

 

 

전화도 못 해보고, 문자도 못 해보고

우리는 당분간 숨 죽여 응원만 하기로 했다.

겨우 꽃 잎에 살짝 날개를 접고 앉은 노랑나비가 우리의 방정에 놀라 달아날까봐.....

 

 

어쨌거나

달콤 쌉싸름한 연애의 터널, 터널을 지나고 지나면서,

이 세상은 슬프게 아름다운 곳이라는 사실을 알아가는 어른이 되길 원한다.

이왕이면 덜 아픈 사랑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