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ose for Emily

그녀는 그년이다

Tigerlily 2016. 11. 3. 16:25

 

 

 

 

그녀는 내게

동성애를 하는 느낌이 든다고 자주 말한다.

내가 해주는 얘기를 듣고 있노라면

지적인 욕구가 충족되어질 뿐만 아니라

아늑하기까지하다고 한다.

선암사 뒤 소로를 걸으며 영화 <원더풀 라이프> 얘기를 해줬더니

'지금 이 순간이 정지되었으면 좋겠어' 라고 했다.

 

 

 

하지만

그년은 지가 먼저 연락하는 일도 없고

더우기 그 흔한 카톡 하나 '해 주지' 않는다.

언젠가 그년의 그 무심함에 대해 딴지를 거는 문자를 보냈더니

내 문자때문에 몇 일동안이나 우울했다고 했다.

끝난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드>의 여자들처럼

그렇게 평생 같이 걸어가는 친구가 되고 싶다고 썰을 풀더니

또, 아무 연락이 없다.

 

 

 

그런데

별로 조바심이 나지 않는다.

내가 그녀를 알고, 그녀가 나를 알기 때문이다.

나의 삶의 방식을 가장 가치있게 여겨주는

몇 안되는 인간 중의 하나임을 내가 이미 알고있고,

내가 이름 모를 숲 속에서 길을 잃었을 때

몸을 가누지 못하고 젖은 목소리로 바라보던 그녀를 내가 알기 때문이다.

 

 

 

촌스럽고

센스없고

세련되진 않았지만

최대한 느낌표를 제거한 굴곡없는 문장같은

그년은 그녀다.

 

 

 

'느낌표는 그림으로 치면 자주색이야.

그림에 자주색을 많이 칠하면 지저분해지거든.

느낌표가 많이 들어가는 글도 그런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