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ose for Emily
꽃을 든 여자
Tigerlily
2016. 9. 5. 10:40
영리하고
이쁘고
농담도 잘하셨던, 멋쟁이
우리 옴마가 자꾸만 어린아이가 되어가신다.
시간, 요일개념이 완전히 없어진 까닭에
아침 저녁으로 전화를 드려 상기시켜 드려야한다.
그런 스스로를 한탄하며 늘상 읊조리는 말씀은 동일하다.
'내가 빨리 죽어야 니들 고생 안하는데'
엊그제 옴마를 모시고 저녁을 먹었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시는 중에
당신은 '어떻게든지 오래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고 하셨다.
태어난지 세 돌도 되기전 엄마를 여읜 우리 옴마는
평생 얼마나 엄마라는 존재가 그립고 기루었느지
85세의 지금에도 그 그리움은 여전하다고 하신다.
'어떻게든지 오래 살아야겠다고 악심을 먹었어.
우리 새끼들한테는 내가 겪은 엄마고픔 안주려고
어떻게든지 오래 살아야겠다고 했어'
토요일 밤, 티비에서 해 주는 <인터스텔라>를 다시 봤다.
새로울만치, 영화관에서 놓쳤던 부분이 다시 보였다.
"너희가 태어나고 엄마가 했던 말을 아빠는 이해 못했었어.
이렇게 말했지. '이제 우린 그저 아이들한테 추억이 되면 돼'
그게 무슨 뜻인지 이제 알겠어. 부모는 자식의 미래를 위해
유령 같은 존재가 되는거지"
아버지 쿠퍼가 하는 말이다.
몇 년 전 엄마를 그리워하는 우리 옴마에게
내가 울먹이며 했던 약속을 다시 옴마에게 얘기해 드렸다.
'옴마, 내가 옴마네 엄마할게.
엄마 보고 싶으면, 어리광 부리고 싶으면
나한테 말해, 다 말해.
어떻게든 우리 옴마가
악심먹고라도 오래 오래 살아계셨으면 좋겠다.
벽에 기대서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