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ose for Emily
부끄러움이 밀려오면
Tigerlily
2016. 9. 1. 11:48
더위로 힘겨웠던 여름의 끝,
서둘러 보여준 가을하늘이
'아이갸나'
너무 이쁜 날이었다.
갖고 싶은 날이었다.
2년 전 도서부장을 하면서
학교 홈피에
'뭔가 하는 것처럼 보이려고' 독후감의 형식을 빌어서
책 추천 글을 간간이 올린 적이 있다.
다른 동료에게 업무가 넘어간 요즘
한 번씩 들어가서 다시 읽어보면
그냥 냅다 쥐구멍으로 숨고 싶은 마음 가득이다.
홈피 관리자에게 모두 삭제 하고 싶다고 전했다.
갖고 싶은 날도 있지만
금세 낯이 붉어져
돌아보는 일이 힘겨운 날들도 많다.
그 때는 그게 최선이었다고,
그 날, 내가 붙잡고 싶은 하늘이었다고,
대상없는, 한 없이 누추한 설명대신
그냥 입을 다물고
낯 붉히며 부끄러워 할 뿐이다.
아일랜드의 한 소설가의 말대로
삶은,
살고
실수하고
타락하고
승리하고
또 실수하며
삶으로부터 삶을 재창조하는 것이라고 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