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rba the Greek

편두통

Tigerlily 2014. 10. 1. 23:18

 

 

 

 

<편두통>

 

 

 

반딧불이을 잡은 적이 있어

병에 담아 그 아름다운 빛을 머리맡에 두고 바라보며 잠이 들었지

다음 날 깨어보니 모두 빳빳하게 죽어 있었어

 

 

 

가끔 내 마음도 밭아버린 유방처럼

마른 숲 냄새를 내며 버석거리곤 해

그럴 땐 아무리 웅크리고 숨겨도 몸이 먼저 알아

머리 한 쪽이 밤새도록 아려와

볏짚같이 둥글게 몸을 말아

저 깊은 어둠 속의 베갯머리에 생각을 쳐 밀어 넣어도

땡볕에도 몽실몽실 하얗게 알을 실어놓는 쉬파리처럼

통증은 뻐시게 고개를 쳐들지

그럴 땐 나도 그냥 스르르 잠이 들고 싶어

오래도록 깨어나지 않는 잠 속으로 가고 싶지

 

 

 

머리맡에 당신의 숨소리를 조등(弔燈)처럼 걸어 놓은 채

아침에 빳빳하게 굳어버린 그리움의 형상을 발견하기 전에,

아직은 허기지도록 사랑한 흔적이 지독한 두통의 모양새로

여전히 내 발치에서 욱씬거리고 있을 때

무통의 무덤덤이 오기 전에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