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rba the Greek

능소화

Tigerlily 2016. 6. 29. 11:29

 

 

 

 

<능소화>

 

 

 

고향 골목을 걷다가

백여리로 이사를 떠난 요셉이네

반 쯤 허물어진 담장

남아도는 생명 어찌할 줄 모르고

시멘트 벽을 움켜쥐고 있는

능소화 푸른 정맥,

한 가지 꺾어 와

꽃병에 담았다

 

 

 

국민학교 1학년 때

그 아이 결석한 어느 날

선생님 심부름으로 사립문 뒤에서

부르던 이름,

달랑거리는 문패되어

함박 피어난 홍조

 

 

 

세탁기 속에서 방금 주은

축축한 지폐처럼

향긋하고 꼬깃한

그의 기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