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gerlily 2016. 6. 24. 13:44

 

 

 

 

'대중들은 그의 영화에서 자기들이 원하던 환상을 결코 보지 못한다.

외려 극장 밖에서 보았던 그 비루한 현실을 다시 보게 될 뿐이다.'

 

'제 영화를 통해서 사람들이 지나치게 편협하면서도

오만하게 견지해왔던 모든 믿음에 대해 태도적으로 의심하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가 바람이 났다.

파트너는 스무살 넘게 나이 차이가 나는 사랑스러운 배우이다.

처음 소식을 접했을 때

놀라기는 했으나, 충격적이지도, 실망스럽지도 않았다.

홍상수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지,

가장 외로울 때, 혹은 나의 찌질함에 내가 질릴 때

그것이 재수없는 나만의 것이 아니라는 위안을 주곤했던 그의 영화들을

더 이상은 자주 제공받지 못할 지도 모른다는 아쉬움이 먼저였다.

덧붙인다면,

그 자신이 독한 사랑에 빠짐으로써

자신이 만든 영화 속의 사랑들을 선명한 불륜으로 만들었다는 아쉬움이 없지는 않다.

 

 

 

매혹이라는 단어의 '매(魅)'는 '도깨비에 홀릴 매'이다.

예술가는 아름다움에 영혼이 팔리운자, 매혹된 자이다.

모럴에 갇혀 '더 이상의 한 발'을 내딛지 못하는 것을 감히 내딛는 자이다.

세상 사람 모두가 예술가가 아닌게 천만다행이지만

세상에 정신 바짝 차리고 사는 사람들만 득시글거려도 깜깜할 노릇일 듯하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에서

'사람이었다 동물이었다 하지 않고 쭉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의 아름다움에 대해서도 말했던 그는, 동시에

'오로지 진실로 내가 원하는 것만 원하고 그 태도를 유지할 수 있는 힘의 자유'에 대해서도 힘을 주었었다.

 

 

 

그런 그가

지금도 맞고, 그때도 맞으며,

훗날 그가 욕망에 충실하여 선택한  결과에 의해

혹여나 종국에 칼에 맞아 죽더라도

"총도 아니고 카레 맞아 죽다니 으으으..."할 만큼 유연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