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ose for Emily
들꽃 피고 별도 많이 뜨는
Tigerlily
2016. 6. 4. 22:50
술자리의 악의없는 농담, 이라는 말은
그 다음 날, 술이 깬 후의 후회를 떠올려본다면
'모든 술자리의 끝은 결핍으로 끝난다'라는 말이
오히려 더 적절한 것 같다.
마음의 단추가 한 두개 풀어지면서
목구멍의 경계에서 감히 튀어나오지 못한, 단정히 개어놓았던
말들이 슬슬 앞섶에서 기어나온다.
언젠가부터 그게 '게워놓는 것'
그 이상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슬슬 술자리를 피하게 되었다.
생각해보니,
이유없이, 맥없이(매급시)
자의식이 팽창하면서 든 생각이었다.
자존감의 밧데리가 떨어지면서
자존심이라는 짝퉁의 덩치가 커지면서
'스따일'을 지나치게 염두에 두면서
든 생각이었다.
근데 그게 더 피곤한 거였다.
타인에 의해 감정이 좌지우지되지 않는 것 못지 않게
자신에 대한 지나친 방어 역시,
'마음이 어린후니'다.
교회 행사에, 어쩔 수 없이
틈틈이 써 놓은 시 세 편을 제출했다.
못내 망설였다.
속속들이 잘 알고 지내는 작은 교회 안에서
발랑까진 내 모습을 적나라하게 전시하는 느낌이었고
그런 글을 그냥 문학적 허용으로 관대하게 이해해 줄 분위기가 될까하는 걱정이 앞섰다.
행사가 끝난 후,
다행히도 개인적으로 내 시에 대한 언급을 하는 사람은 없었다.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에 대해
점차 관심이 덜 해지는 것은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마음이 다치는 일이 생겨도 하루 정도만 뒤척이면
너끈히 기지개를 켤 수 있게 된 것도 다행스러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