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ose for Emily
아무도 모르게 작은 소리로
Tigerlily
2016. 6. 3. 12:54
'애착은 파멸을 초래하는 적이에요.
유대를 맺는 자가 지는거지요.
맛보는 것 말고 뭘 더 얻으려는 거에요?
그게 인생에서 우리에게 주어지는 전부고,
인생이 우리에게 주는 전부라고요.
맛보기, 그 이상은 없어요.
<Heart of Darkness>를 쓴 Joseph Conrad가 한 말이다.
Conrad는 그의 독특한 유언으로도 유명하다.
나의 기억으로 그의 유언은
'I'm tired'였던가?
그도 연약한 자였던 것 같다.
아니면 애착이 많았거나.
사람과의 관계맺음에 자신이 없어지다보니,
아니, 그렇다기보다는
아직도 애착처리에 능하지 않다보니
차라리 그 영역에서 아예 벗어나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늘어난다.
'담담한 외로움'이 훨씬 달콤해,
중얼거리곤 하지만 이 또한
털어내고, 비우고, 내려놓음에 능하지 못한 자의
자기방어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시상식이 예정되어 있을 때마다
포상계 일을 맡고 있는 나는
학교의 전 선생님께 메신저로 그 내용을 전달한다.
오후에 문자 한 통이 왔다.
"잘못 전달되어진 편지 한 통으로 온 종일 행복했습니다"
몇 년 전 겨울방학 때
같이 연수를 받은 적이 있는 한 선생님으로부터 온 문자였다.
메신저 리스트에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몇몇 타학교 선생님들 이름이 등록되어 있었는데
내가 잘못 클릭하는 바람에 그 분들에게까지 전달이 되었던 것이다.
이런 실수만으로도
간혹 세상은 연두빛으로 잠시 반짝거리기에
그것만으로도 넉넉히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