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ose for Emily
황도복숭아
Tigerlily
2016. 1. 6. 14:41
마트에 들렀다가
수북하게 쌓아놓고 싸게 팔고 있는 황도복숭아 캔 서너개를 사왔다.
어쩌네 저쩌네 해도
사실은 진짜 복숭아보다 훨씬 맛있는 게 사실이다.
얼음을 띄워 투명한 유리그릇에 담아 먹으면
그야말로
'먹음직도 하고 ,
보암직도 하고,
지혜롭게 할 만큼 탐스러워' 보이기까지도 하다.
"우리는 그럴 건데
그렇게 될 텐데 자꾸 그러할 것인데
멈추지 못하고
하찮은 것들을 바라게 된다
아무도 없을 땐 그러다 누가 있기라도 하면
바닥이 바닥을 덮고 그 위를 손으로 덮어보는 생각
그래도 어쩌면 이렇게 아무도 한 사람도 남이 있지를 않을까
나는 자박거리는 지난겨울 닮은 것들을 여미고 감추며
바람이 가라앉지 않기를
건너편에서 여전히 사랑하고 있다."
-유희경, <겨울은 겨울로 온다> 부분-
새해, 1월인데도
새롭다는 느낌은 전혀 없다.
간절함이 없어진 시간 속에서
바라는 것은 하찮기 짝이 없는 것이거나
그 바램의 수명조차도 짧다.
세상도,
나도,
그래서
고요하다.
그래도
나의 새해가
어쩌네 저쩌네 해도
통조림 황도복숭아처럼
가끔씩이라도
달콤달콤했으면 좋겠다.
야매면 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