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ose for Emily
If I were ~
Tigerlily
2015. 11. 16. 17:03
'If I were a bird, I could fly to you.'
가정법 과거를 가르칠 때마다
피해야지, 하면서도 환각처럼 칠판에 쓰는 예문이다.
Have you ever been to Bulguksa?
불국사 간 것이 별것이었을 시절의 예문이
지금도 현재완료시제 '경험'의 예문으로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을 어찌하나.
중학교 2학년 때
나의 E.T 심혜경선생님이 예문으로 써 주셨던 까닭이다.
어찌 항상 그럴까만
우리는 종종, 경험한 것 이상을 넘어가지 못한다.
영화 <이터널 선샤인>은
사랑이 끝난 후 자꾸만 기억 속에서 재생되는 상대에 대한 기억을
모조리 뇌에서 제거해버린 조엘과 클레멘타인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영화가 끝난 후 관객은 알아챈다.
영화의 시작, 그들이 기차 안에서 처음 만나 호감을 가지게 되는 장면이
사실은 모든 기억을 지운 후의 에피소드라는 것을.
경험한 것 이상을 넘어가지 못하는 게 아니라
그게 '내가 좋아하는 것' 이었기에 나의 경험이 된 것이다.
요즘 추억팔이 드라마 한편에 빠져있다.
나에게 결코 잊지못할 해였던, 1988년.
<응답하라 1988>에 응답할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나의 그 해, 나의 첫 해.
붉어진 얼굴로, 등을 먼저 디밀고 교실문을 밀고 들어가
칠판에 썼던 문장들은 무엇이었을까.
If I were a bird, I would fly to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