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라나요?
"이걸 다 사려고? 그래, 돈은 가지고 왔니?"
"네''
나는 대답했다.
그리고 주먹을 내밀어 위그든 씨의 손바닥에
반짝이는 은박지로 정성스럽게 싼 여섯개의 버찌씨를 조심스레 떨어뜨렸다.
위그든씨는 잠시 자기의 손바닥을 들여다보더니
다시 한참동안 내 얼굴을 구석구석 쳐다보았다.
"돈이 모자라나요?"
나는 걱정스럽게 물었다.
그는 조용히 한숨을 내쉬고 나서 대답했다.
"아니다. 돈이 좀 남는 것 같아. 거슬러주어야겠는데...."
그는 구식 금고 쪽으로 걸어가더니 '철컹' 소리를 내며 서랍을 열었다.
그러고는 계산대로 돌아와서 몸을 굽혀 내 손바닥에 2센트를 떨어뜨려 주었다
여섯 알의 버찌씨로 사탕을 샀던 '나'는 장성하여 열대어 가게를 하게 되고,
어느 날 예닐곱살의 남매가 두 손을 꼭 잡고 와서 반짝이는 눈으로 열대어를 구경하다가
예전의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턱도 없는 액수의 동전을 내밀며 값비싼 열대어 몇 쌍을 고른다.
"모자라나요?"
"아니다. 돈이 남는 걸"
오래 전 중학교 1학년 국어 교과서에 나온 폴 빌리드의 단편 <이해의 선물>의 일부이다.
내가 대학시절 아르바이트로 과외를 할 때, 스쳤던
그 단편 속의 버찌씨 여섯 알과 열대어, 거스름돈 2센트는
위그던 씨의 가게 안에서 풍기던 온갖 사탕의 향기로운 냄새가 되어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았고, 자주 생각났었다.
나도 꼭 그래보고 싶었다.
은박지에 싼 버찌씨 여섯 알을 가져와서
"모자라나요?" 묻는 소녀에게
아니다, 돈이 남는 걸, 하며 철컹 서랍을 열어, 거스름돈을 내어주던 위그던씨처럼
닳지않고, 낡지 않을 즐거움으로
선물을 건네주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