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더라
누구더라,
어디서 봤더라,
건너편 벤치에 앉아 있는 남자는
와플에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웃을 때 보조개가 들어갔고
나보다 훨씬 젊었다.
좀체로 기억이 안났다.
가능성이 있는 장소와 모임을 다 긁어모아 떠올려봤다.
떠오르지 않았다.
지난 토요일 저녁,
소리문화의 전당 모악당 앞 벤치에서의 일이다.
공연 시간이 거의 가까워질 때에야 생각이 났다.
반가웠다, 그 때의 기억이 새록거려서 다가갔다.
- 안녕하세요? 저 기억하시겠어요?
서부 xx 교회에서 성경공부했거든요.
노 xx목사님 출장가셨을 때 잠깐 가르치셨잖아요.
- 아, 그러세요?
죄송한데, 전혀 기억이 안나네요.
'저 사람도 아까부터 너를 자꾸 힐끗거렸어.
어서 가서 아는 체 해봐' 라며 옆구리를 찌르던 옆친구가 웃었다.
파란색과 빨간색의 스테들러펜으로
열심히 정갈하게 정리하던 내게 다가와 그가 건넸던 칭찬,
또박거리던 어투, 보조개가 열리는 미소, 그 실내의 공기
나는 여전히 기억하는데
그는 전.혀. 기억이 안난다고했다.
그래도 괜찮았다, 암시랑토 안했다.
기억은 가진자의 것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