훔쳐가는 노래
<첫 사랑>
.진은영.
소년이 내 목소매를 잡고 물고기를 넣었다
내 가슴이 두 마리 하얀 송어가 되었다
세 마리 고개떼를 따라
푸른 물살을 헤엄쳐갔다.
- 겨우 네 줄인데, 이 시 참 좋다.
- 나는 잘 모르겠는데..
- 음..
중학교 3학년 봄 소풍을 섬진강변으로 갔다고 해봐.
영애가 살금 살금 다가와서 당신의 목을 들추고서는
팔딱팔딱 송어 한마리를 옷 속에 집어넣고서는
달아났다고 생각해봐
영애는 남편의 첫 사랑 이름이다.
중3 때 같은 반이었고,
정말 예뻐서 모두들 좋아했던 여학생이었다고했다.
그 당시 티비에서 <민비>라는 사극이 인기였는데,
주인공 탈렌트가 김영애였다고.
학교에 가도 이쁜 영애, 집에 가도 이쁜 영애였다고.
소심하고 내성적이었던 남편은
감히 한번도 말을 건넨 적도, 자신의 설레임을 내색한 적도 없었는데
같이 영어 그룹과외를 받던 어느 겨울 밤,
화장실에 가려고 신발을 신으려는데 한 발 앞서 갔던 영애가
자신의 신발 안에 하얀 눈을 소복히 담아 놓는 장난을 했었다고.
그 하얀 설레임으로
그 밤 한 숨도 잘 수가 없었다는 얘기를 내게 해 준 적이 있다.
남편은 나의 비유에
'별 소리를 다하십니다요'
눙치며, 담배 한 개비를 빼서 뒤 마루로 총총히 갔지만,
오늘 밤,
그의 꿈 속에서 송어 몇 마리가 푸른 꼬리를 흔들며
그 밤, 그의 신발 속을
소복하게 소복하게 헤엄쳐 다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