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ose for Emily

그런 일이기를

Tigerlily 2014. 10. 4. 09:56

 

 

 

 

 

언젠가 동료쌤들과 등산을 간 적이 있습니다.

한참을 올라가다가 산기슭의 참나무 가지에 

누군가 걸어 놓은 낡고 찌그러진 양은 주전자를 발견했습니다.

 

 

 

 

 

 

앞장서서 가던 누군가가 땅바닥에서 돌맹이를 주워 그 주전자를 겨낭하여 맞추기를 시도했습니다.

그러자 우리 모두는 배낭을 패대기 쳐 내려놓고는

그 때부터 주변의 돌이란 돌은 모두 주워 모아 그 주전자 맞추는 일에 땀을 뻘뻘 흘리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의 높이가 딱 재미를 돋굴만한 정도여서

만만하지도, 쉽지도 않은 일이었습니다.

정확한 가격이 늘어날수록 우리 모두의 목표는

그것을 땅에 떨어뜨리기는 것으로 재설정되었습니다.

정확히 떨어뜨리는 돌팔매질을 하는 자에게 상금까지도 내걸었습니다.

 

 

얼마나 재밌었는지 모릅니다.

마치 어린아이가 된 것처럼 깔깔대며, 돌을 주워 모으며, 휙휙 소리를 내며

해대던 주전자를 향한 돌팔매질.

그 날 산의 정상을 올라갔었는지 여부는 기억이 안납니다.

 

 

하지만

기억 속의 가장 즐거운 산행이었습니다.

산이 들썩이도록, 허리가 휘도록 웃어댔던 그 날.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은

그런 일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생각의 배낭을 땅바닥에 패대기쳐 놓은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