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서 갈게
다시 돌아가고 싶은 시점이 없는 사람은
지금 행복하다는 반증이라고 하지만,
딱히 행복하다는 느낌이 없음에도
time leap의 등에 올라타
삶의 어느 시점으로 되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후회스러운 일들이야 빨랫줄의 속것들처럼 알록달록 펄럭이지만.
'Never let me go'라는 프로젝트가 있다고한다.
헤어진 옛 애인이 남긴 선물을 모아 전시하는 전시회다.
옛 연인들의 물건들과 떨어져 있는 시간을 제공하는 보관소 역할을 함으로써
'버리지 못하는 자들'이 추억을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시도란다.
옛 연인의 머리카락으로 만든 목걸이,
오랫동안 주고 받았던 편지들,
함께 탔던 비행기표..
차마 버리지 못하는 것들에서는
어떤 소리가 날까
늦여름이다.
하늘이 참 이쁘다.
수업을 하다가도, 점심을 먹으러 가다가도, 퇴근을 하다가도
알람처럼 쫑알거린다.
'아, 하늘 진짜 이쁘다'
2007년작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다운받아 다시 봤다.
마코토와 고스케, 치아키가 야구를 하던 운동장, 그 하늘이 지금 같다.
과거의 어느 시점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time leap를 할 수 있는 마코토.
사랑을 놓칠 뻔한 상대 치아키 역시, 미래에서 왔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리고 다시 돌아갈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을 때
치아키는 마코토에게 말한다.
-미래에서 기다릴게
마코토에게 가장 위안이 되는 그 말은
전혀 현실성이 없기에 어쩌면 거짓말일 수 밖에 없지만
마코토는 대답한다.
-응, 금방 갈게, 달려서 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