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ose for Emily

모든 것은 허용된다

Tigerlily 2015. 8. 14. 20:52

 

 

 

 

 

 

 

혼자라도 책걸이를 하고 싶었다.

너무 오래 걸려 읽었기 때문이다.

지난 밤 새벽녁까지해서 드디어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마쳤다.

뜨거운 여름밤들을 같이 했던, 도선생님께 시아시된 캔맥주라도 따라드리고 싶은데,

아마도 그냥반 너무 신실해서 손사래질를 할 것 같다.

 

 

 

 

 

 

 

 

 

황도복숭아 안주에, 캔맥주 쪽쪽대는 내게 도선생, 질문을 했다.

 

- 재밌던가?

 : 좀 지루하기도 했다요. 글도 살인사건 이후에는 쭉쭉 읽혔어요.

 

- 누가 제일 마음에 들던가?

 : 셋째아들 알렉세이라고 말할 줄 알았죠? 너무 범생이는 짜증나잖아요. 난, 둘째 이반~!!

 

- 아니, 왜? 왜?

 : <죄와 벌>의 라스콜리니코프와 많이 겹치는 인물같던디요.

   존재할 가치가 없는 존재는 없어도 된다는게 그 청년이 전당포 노파를 죽인 이유였던거 같은디.

   이반 역시 무신론자잖아요.  '모든 것은 허용된다'라는 말이 가지는 악마성을 보여주실라고 쓴 책 아닌가요?

   도선생님이 가장 경계하는 인물이잖아요. 좋아한다기보다 매력있게 보였어요.

 

- 참 삐딱한 아줌마네. 내가 꼭 그렇게 단선적인 얘기만 할라고 했으까잉?

  : 아닌줄 알아요. 도선생님이 겨우 도덕책 한 권 쓰실라고 그랬겠나요.

    인간은 선과 악, 욕망과 이성이 복잡하게 섞여있는 존재라는 것을 보여주신 거 알지요.

    인간의 마음이 그 둘의 전쟁터라면서요.

   

- 마음에 남는 구절은 있을랑가, 아줌니?

   : 여기 저기 밑줄을 긋기는 했는데 그 중에서 기억나는 것은 우리의 착실이 알렉세이가 한 말요.

     "다들 똑같은 계단에 서 있는 거야. 나는 가장 낮은 곳에 있고 형은 저 위쪽, 어디 열 세번째 계단쯤에 있을 뿐이지."

     어느 누구도 전적으로 선하지도, 전적으로 악하지도 않다는 말을 하고 있는 거 맞죠?

 

- 긍게이. 그럭저럭 그런 뜻일거여. 끝으로, 나한테 혹시 할 말이라도?

   : 선무당이 사람잡는다 생각하고 들어보실려요? 제가 쌤 책이라고는 세 개 밖에 못 읽었지만

     혹시 도선생님, 강박에 사로잡힌 거 아닌가요? '기독교적'이어야한다는 의무감요.

     안그래도 될 것 같은데.. 쫌 만 허리띠를 푸세요. 두 칸 만.

 

- 이 아줌마야, 너나 잘해~!!  진짜 선무당이 사람잡네.  완전 후루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