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gerlily
2015. 6. 26. 13:13
예전 친하게 지냈던 캐나다 아가씨 캐서린에게
왜 한국에까지 와서 일을 하느냐고 물었을 때
그녀는 대답했었다.
이 나라 저 나라 여행중인데
그 다음 여행지에 가기 위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일을 하는 중이라고 했다.
나도 그러고 싶었다.
아침 신문에 어떤 시인이 말하기를
자신은 시인은 안하고 시만 쓰고 싶다고 했다.
나도 그러고 싶다.
시만 쓰고 싶은 사람도 못되므로
남의 시를 읽는 사람이면 족하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다.
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
<안나까레리나>의 첫 구절이다.
월급쟁이로서
도저히 복구할 수 없는 경제적 데미지를 한 차례 입은 후
'미래에 대한 계획'이란 것을 접게 되었다.
하지만 불행하다는 생각은 한번도 안해봤다.
처녀적부터 같이 교회를 이룬
순수한
우리 교회 목사님은
여호와의 승리의 깃발이
우리집에 다시 나부끼는 것을
사람들이 목.도.할. 수. 있기를 위해 기도하고 계신다고
말씀하시곤 하지만
나는 나부끼는 깃발대신
머리에 조팝나무 흰 화관을 만들어 쓰고
가끔
숲 속으로 소풍이나 갈 수 있으면
괜찮다고, 족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