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ose for Emily
무우말랭이
Tigerlily
2015. 6. 15. 15:17
늘상 붙어다녔던 절친 현주샘이 하늘나라로 간 후
내심 걱정되었던 것은
몰려올 그리움이 아니었다.
무서움이었다.
마지막 영정 사진이 지나갔던 3반 교실이나
교무실의 마지막 자리,
또는 자주 갔던 커피숍을 지나칠 때
출몰할 '이 세상 사람이 아닌 모습'의 환영에
간이 쪼그라들지나 않을까 바짝 걱정을 했었다.
'원래 그렇게 다정한 사람이었는데
당신한테 무서움을 주고 떠났겠어? 걱정마'
혼자 엘리베이터 타기도 무서울 것 같다는 나의 말에
남편은 말했었다.
진짜 그랬다.
현주샘은 나의 꿈에 벌써 두 번이나 등장했다.
잠시 어딜 갔다 온 사람처럼 내 곁으로 다가와
여느 때처럼 체온이 가슴까지 전해지는 팔짱을 끼고 도란거렸다.
더욱이 꿈이 끝나갈 무렵에는
마치 먼저 온 버스를 타고 한 발 일찍 집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다음에 또 올게'라는 약속의 기대감까지 주었다.
소풍 같았다.
그 모습 그대로 같이 웃을 수 있었다.
"세상에나, 세상에나 진짜,진짜?"
다시 만나 두 발 동당거리며 얘기나눌 때
해당화처럼 두 볼이 붉어지도록
밤새 바다에 떨어지는 별 빛 배부르게 먹으며 얘기를 나누도록
그렇게
아무도 오지 않는 무덤가에 미칠 듯 향기로운 장미덩쿨처럼 살아가야겠다.
남겨진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