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gerlily 2015. 3. 26. 13:22

 

 

 

 

#18:30

 

학부모 상담주간이다.

이번 주 내내 퇴근이 한 두시간 늦어지고 있다.

퇴근 길에 마트에 들러 이것저것 산 후, 차에 오르니 몸이 녹초였다.

히터로 달궈진 차 안의 따스함에

잠시 눈을 감고 있다 설핏 잠이 들었다.

가끔은 차 안이 가장 편안하다.

늦여름 햇빛으로 달궈진 차 안의 온기에

낡은 몸을 널어 말리기는 또한 얼마나 아늑하던가

잠시 머물러야 할 곳이

종종 가장 따뜻하기도하다.

 

 

 

 

 

 

 

# 20:05

 

손이 차서 누군가 악수를 청하면 난감하다.

나의 손으로 누군가의 손을 녹여준 적은 없는 것 같다.

수요예배, 옆에 앉은 엄마의 손이 얼음장이었다.

종일 텃밭에서 일을 하셨다한다.

목사님의 긴 기도가 끝날 때까지 손 안에 엄마 손을 넣고 녹여드렸다.

문득 내가 울엄마의 엄마 같았다.

 

 

 

 

 

 

# 23:40

 

오랫만에 재형이가 와서 싸보낼 반찬을 만들었다.

조림 삼종세트.

멸치, 새우, 오징어채 조림.

마치고 환기를 시키느라 창문을 열었다.

봄 밤 하늘에 별이 오디처럼 다리다리 열려있었다.

"우와, 재형아. 이리와서 별 좀 봐봐"

 

봄 밤에, 별까지 피고, 벚꽃까지 뜬다면

팔만 벌리면 나는 금세 잎사귀가 돋는 초록 나무가 될 것 같다.